호세 쿠엘보와 1800 테킬라 이야기
집에서 와이프랑 조금씩 꺼내 마시는 1800 밀레니오 엑스트라 아네호는 호세 쿠엘보 (Jose Cuervo) 집안이 만든 테킬라다. 이번에는 그 집안과 1800 테킬라를 찾아본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 출처: Juan Carlos Fonseca Mat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멕시코 할리스코주 테킬라 마을 근처의 아가베 밭.
스페인 왕이 내준 땅
이야기는 멕시코가 아직 스페인 식민지였던 18세기에 시작된다. 1758년 스페인 왕 페르난도 6세가 호세 안토니오 데 쿠엘보 (José Antonio de Cuervo)에게 할리스코주 테킬라 마을의 땅을 내주었다. 쿠엘보 집안은 그 땅에 타베르나 데 쿠엘보 (Taberna de Cuervo)라는 농장을 꾸렸다.
다음 장면은 1795년이다. 국왕 카를로스 4세가 그의 아들 호세 마리아 과달루페 데 쿠엘보에게 테킬라를 상업적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허가를 내주었다. 테킬라를 상업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첫 허가였다. 같은 해에 처음 “호세 쿠엘보의 테킬라 메스칼 술”이 나왔다.
증류소는 조금 뒤에 생겼다. 테킬라 마을 한가운데 있는 라 로헤냐 (La Rojeña)는 보통 1812년에 세운 것으로 본다. 지금도 돌아가는 증류소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소개된다. 호세 쿠엘보 테킬라는 지금도 대부분 이곳에서 만든다.
집안 사업은 19세기 내내 조금씩 커졌다. 1852년에는 처음으로 국경 너머에 세 병을 보냈고 1880년에는 테킬라를 한 병씩 병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1900년에 증류소를 물려받은 아나 곤살레스 루비오가 호세 쿠엘보 라바스티다와 결혼했다. 이때 증류소 이름이 라 로헤냐가 됐고 술 이름도 호세 쿠엘보 테킬라로 굳었다.
테킬라라는 마을
테킬라는 술 이름이기 전에 마을 이름이다. 할리스코주의 주도 과달라하라에서 60km쯤 떨어져 있다. 이름은 나와틀어에서 왔는데 “공물을 바치는 곳” 정도로 풀이한다. 마을 뒤로는 높이 2,900m의 테킬라 화산이 서 있다. 22만 년 넘게 분화하지 않은 휴화산이다.

사진 출처: Juan Carlos Fonseca Mat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테킬라 마을의 산티아고 아포스톨 성당. 오른쪽 아래로 산자락이 보인다.
이 지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가베로 술을 빚었다. 다만 그건 증류하지 않고 발효만 한 풀케 (pulque)였다. 증류 기술은 해안으로 들어와 18세기 중반 테킬라가 있는 고원 계곡까지 퍼졌고 이 동네에서 만든 증류주를 마을 이름을 따서 테킬라라고 부르게 됐다. 1974년에는 멕시코의 첫 원산지 명칭이 됐다.
마을 주변 풍경도 이 술과 떼어 놓을 수 없다. 2003년에 멕시코 정부는 테킬라를 “마법의 마을 (Pueblo Mágico)“로 지정했다. 2006년에는 아가베 밭과 옛 테킬라 생산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범위는 테킬라, 마그달레나, 엘 아레날, 아마티탄 네 마을을 포함한 약 3만 5천 헥타르다. 서기 200~900년 무렵 이 땅에 계단식 밭과 신전을 남긴 테우치틀란 문화의 흔적도 함께 들어 있다.
아가베가 테킬라가 되기까지
테킬라 원료는 선인장이 아니라 블루 웨버 아가베 (Agave tequilana)라는 식물이다. 1800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수확할 만큼 자라는 데 적어도 5년 반, 길게는 12년이 걸린다. 평생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수확은 지마도르 (jimador)의 몫이다. 지마도르는 코아 (coa)라는 긴 자루 달린 날로 잎을 하나씩 쳐 내고 가운데 심인 피냐 (piña)만 캐낸다. 껍질 벗긴 파인애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계곡에서 나는 피냐는 평균 70kg쯤 된다.

사진 출처: Gzzz,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호세 쿠엘보 증류소의 오븐 문 앞에 쌓인 피냐.
캐낸 피냐는 오븐에 넣어 천천히 익힌다. 아가베에 든 당은 그대로는 발효하기 어려운 형태라 열로 익혀 단당으로 바꿔 줘야 한다. 1800은 기본 제품의 피냐를 벽돌 오븐에서 36~40시간 굽는다고 적었다. 익힌 피냐는 잘게 부수거나 짜서 즙을 얻는다. 예전에는 타오나 (tahona)라는 커다란 돌바퀴로 눌러 짰다.
그 즙을 통에 담아 며칠 발효하면 도수 낮은 술이 된다. 이걸 법에 따라 적어도 두 번 증류해야 테킬라가 된다. 1800은 구리 단식 증류기로 두 번 증류한다.

사진 출처: Gzzz,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호세 쿠엘보 증류소의 증류기들.
라벨을 볼 때 알아 둘 점이 하나 있다. 아가베가 51% 이상이면 다른 당을 섞어도 테킬라라고 부를 수 있고 이걸 믹스토 (mixto)라고 한다. 아가베만으로 증류한 테킬라만 “100% 아가베”라고 적을 수 있다.
쿠엘보 집안에서 벡맨 집안으로
1934년 아나 곤살레스 루비오가 세상을 떠나자 회사는 조카 과달루페 가야르도에게, 1966년에는 그 동생 비르히니아 가야르도에게 넘어갔다. 회사를 맡아 꾸린 사람은 비르히니아의 아들 후안 벡맨 가야르도였다. 쿠엘보라는 성은 브랜드에 남고 벡맨이라는 성이 회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그 뒤로는 큰 회사들과 얽힌다. 1979년에는 벡맨 부자와 미국 회사 휴블라인 (Heublein) 등이 함께 회사를 나눠 가졌다. 1989년에는 벡맨 가문이 지분 45%를 영국계 IDV에 팔았다. 1997년 IDV의 모회사가 기네스와 합쳐 디아지오가 됐고 디아지오가 2013년까지 멕시코 밖 유통을 맡았다.
2011년에는 디아지오가 30억 달러 넘는 돈으로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려 했다. 하지만 협상은 2012년 말에 깨졌다. 벡맨 가문은 회사를 팔지 않았고 2013년부터는 가문 소유의 프록시모 스피리츠 (Proximo Spirits)가 미국 유통을 직접 맡았다. 지금은 후안 도밍고 벡맨이 회사를 이끈다.
베클레와 프록시모
호세 쿠엘보의 정식 회사 이름은 베클레 (Becle)다. 2017년 2월 멕시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종목 코드는 CUERVO다. 공모가는 주당 34페소로, 추가 배정까지 합해 약 186억 페소, 9억 1천만 달러쯤을 모았다. 당시 세계 테킬라 시장의 30%를 가진 회사였다. 상장 뒤에도 최대주주는 벡맨 가문이다.
미국에서 이 집안 술을 파는 회사가 프록시모다. 판매 목록에는 호세 쿠엘보와 1800, 그란 센테나리오 같은 테킬라 말고도 위스키와 보드카가 들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게 아일랜드 위스키 부시밀즈다. 2014년 디아지오는 돈 훌리오 테킬라의 나머지 지분 50%를 받고 부시밀즈를 프록시모에 넘겼다.
규모는 여전히 크다. 2024년 미국에서 호세 쿠엘보는 890만 상자가 팔렸다. 미국 테킬라 다섯 상자 중 한 상자꼴이다. 1995년에는 회사 200주년을 기념해 가문 저장고에서 숙성한 레세르바 데 라 파밀리아 (Reserva de la Familia)를 내놓기도 했다.
1800이라는 이름
1800은 이 집안이 내놓은 고급 테킬라 브랜드다. 1967년 12월 4일 1800 아네호로 시작했다. 공식 사이트는 후안 벡맨 비달이 내놓은 이 병을 세계 최초의 공식 100% 아가베 숙성 테킬라라고 소개한다.
라벨 설명에 따르면 1800은 테킬라를 처음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 해다. 다만 같은 공식 사이트 안에서도 설명이 조금씩 다르다. 가문이 술을 세상에 팔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때라고 쓴 곳도 있고 테킬라가 할리스코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해라고 쓴 곳도 있다.
병은 마야 피라미드를 본뜬 사다리꼴이다. 병마다 번호와 지금 주인인 후안 도밍고 벡맨의 서명이 들어간다. 만드는 곳은 테킬라 밸리의 산 후안 프란시스코 증류소, NOM 번호는 1612다.
라인업은 숙성 기간 순으로 보면 쉽다. 공식 사이트 설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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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코: 아가베와 효모, 물 세 가지만 써서 두 번 증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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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사도: 새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 통에서 2~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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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호: 같은 통에서 1년 넘게. 1967년에 처음 나온 바로 그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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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노: 투명한 아네호. 포트 와인 통에서 두 달 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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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치몬톤: 가문 농장 아가베로 1년 넘게 숙성한 뒤 오렌지 리큐어 통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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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오: 3년 넘게 숙성한 엑스트라 아네호. 코냑 통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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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블랑코에 코코넛 향을 더한 가향 테킬라.
1758년에 받은 땅에서 시작한 집안이 1967년에 숙성 테킬라를 내놓았고 그 맨 위에 밀레니오가 있다.
** 모든 술은 직접 조사하고 마셔 본 뒤 개인적인 생각으로 쓴 글이며 해당 술의 일반적인 평가는 아닙니다. 술의 향이나 맛은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참고: Wikipedia, Jose Cuervo, Wikipedia (es), José Cuervo, Wikipedia, 1800 Tequila, Wikipedia, Tequila, Wikipedia, Tequila, Jalisco, Wikipedia, Agave Landscape and Ancient Industrial Facilities of Tequila, Wikipedia, Old Bushmills Distillery, El Universal, Jose Cuervo raises more than US$900 million in IPO, VinePair, Jose Cuervo distillery explosion, Proximo Spirits, 1800 Tequila, Our Story, 1800 Tequila, Tequila 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