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듀 (Tamdhu) 증류소 이야기
좋은 사람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탐듀 그란 레세르바를 마셨다. 이번에는 그 위스키를 만든 탐듀 증류소를 찾아본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 출처: Julian Paren,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탐듀 증류소 사이로 지나가는 스페이사이드 웨이. 옛 철길을 따라 난 걷는 길이다.
블렌더들이 세운 증류소
1890년대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붐이었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잘 팔리자 블렌더들은 원액을 직접 만들 곳이 필요했다. 탐듀도 그렇게 시작했다. 하이랜드 디스틸러스의 이사였던 윌리엄 그랜트가 이끄는 블렌더들이 증류소를 세웠고 1897년에 첫 원액을 통에 담았다. 지금 병에 “Founded 1897”이라고 적힌 이유다.
자리는 스페이강 북쪽, 노칸두 (Knockando)였다. 맥캘란에서 강을 따라 몇 마일 올라간 곳이다. 이름은 게일어로 “작고 검은 언덕”이라는 뜻이다. 물은 증류소 근처의 샘물을 쓴다.

사진 출처: Anne Burgess,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탐듀 근처를 흐르는 스페이강.
설계는 찰스 도이그 (Charles Doig)가 맡았다.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많이 지은 건축가다. 위스키 작가 알프레드 버나드는 1898년에 탐듀를 보고 그 시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설계된 증류소일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1899년, 하이랜드 디스틸러스가 탐듀를 통째로 사들였다. 이 주인은 그 뒤로 100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증류소 앞의 기차역
증류소 바로 앞에는 철길이 지났다. 크레이겔라키와 보트 오브 가튼을 잇는 스트라스페이 선이다. 1899년 7월, 이 선에 달벨리 (Dalbeallie)라는 역이 문을 열었다. 탐듀 쪽 설명으로는 스페인 헤레스에서 온 셰리 통도 이 역에 내렸다.
역 이름은 1905년에 노칸두로 바뀌었다. 1965년에 이 선의 여객 운행이 끝나면서 역도 문을 닫았다. 그래도 건물은 남았다. 증류소가 잘 관리해 온 덕분에 지금은 보존 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출처: Richard Webb,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증류소 안에 남은 옛 역. 지금 역 표지판에는 TAMDHU라고 적혀 있다.
철길이 있던 자리는 이제 스페이사이드 웨이라는 걷는 길이 됐다. 걷다 보면 증류소 건물 사이를 그대로 지나간다.
멈췄다가 다시 돌아간 증류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1911년에 2년쯤 문을 닫았다. 1920년대 말에는 다시 문을 닫았고, 이번에는 20년 가까이 멈춰 있었다. 다시 증류기에 불이 들어온 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다.
다시 문을 열고 얼마 안 가 탐듀는 몰팅 방식을 바꿨다. 보리를 바닥에 펴서 싹 틔우던 바닥 몰팅을 없애고 살라딘 박스 (Saladin box) 10개를 들였다. 상자 하나에 몰트 22톤이 들어가는 기계식 발아 설비다. 길쭉한 상자에 젖은 보리를 채우고 사람이 삽으로 뒤집던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 탐듀는 스코틀랜드에서 살라딘 박스를 마지막까지 쓴 증류소였다. 여기서 만든 몰트는 자기 몫을 채우고 글렌로시스와 하이랜드 파크에도 보냈다.
1970년대에는 증류기를 늘렸다. 지금 증류기는 초류기 3개, 재류기 3개다. 모두 양파 모양이고 발효조는 나무로 된 것 9개를 쓴다. 한 해에 순수 알코올 400만 리터쯤을 만들 수 있다.
원액은 대부분 페이머스 그라우스, J&B, 커티삭 같은 블렌디드로 들어갔다. 원액이 묵직해서 블렌딩에 잘 맞았다. 하이랜드 디스틸러스 시절에도 10년, 18년 같은 싱글 몰트가 나오긴 했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
에드링턴, 그리고 휴업
1999년에 에드링턴 (Edrington)이 하이랜드 디스틸러스를 가져가면서 탐듀도 에드링턴 소속이 됐다. 맥캘란과 하이랜드 파크를 가진 회사다. 1990년대부터는 탐듀 원액을 모두 셰리 통에 채웠다. 지금의 셰리 캐스크 탐듀는 이때부터 이어진 셈이다.
2010년, 에드링턴은 탐듀 가동을 멈추고 증류소를 묵혀 두었다. 100년 넘게 블렌디드용 원액을 만들던 곳이 조용해졌다.

사진 출처: Peter Moore,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탐듀 증류소 건물.
이안 맥클라우드의 탐듀
멈춘 증류소를 산 곳은 이안 맥클라우드 디스틸러스 (Ian Macleod Distillers)였다. 2011년 6월의 일이다. 글렌고인과 로즈뱅크를 가진 러셀 가문의 가족 회사다. 에드링턴은 맥캘란, 하이랜드 파크, 페이머스 그라우스 같은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려고 판다고 했다. 이안 맥클라우드에게는 익숙한 거래였다. 글렌고인도 2003년에 에드링턴한테서 사 온 증류소다.
새 주인은 발효조와 숙성 창고를 새로 들이고 증류를 다시 시작했다. 옛 달벨리 역 건물은 방문자 센터가 됐다. 그리고 블렌디드용 원액을 만들던 탐듀를 싱글 몰트 브랜드로 다시 내놓았다. 작은 증류소라 숙성 원액이 많지 않아서 제품도 천천히 늘려 갔다.
첫 공식 제품은 2013년에 나온 10년이었다. 셰리 캐스크에서만 숙성한 위스키였다. 2018년 말에는 12년이 10년 자리를 이어받아 기본 제품이 됐다. 그 뒤로 이런 위스키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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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퍼스트 필과 리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숙성.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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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2019년 한정판으로 나왔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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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2022년 증류소 125주년 기념. 미국 오크와 유럽 오크 올로로소 캐스크를 섞었다.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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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 스트렝스 (Batch Strength): 숙성 연수 없이 캐스크 강도로 병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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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벨리 드램 (Dalbeallie Dram): 옛 역 이름을 딴 캐스크 강도 한정판. 2026년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축제에 맞춰 나온 09번은 퍼스트 필 유러피언 오크 셰리 캐스크 숙성, 60.5%에 1,000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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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레세르바 (Gran Reserva): 면세점 전용. 앞에 적은 그 위스키다.
2017년은 첫 원액을 통에 담은 지 120년이 되는 해였다. 이해에는 1963년에 증류한 원액을 퍼스트 필 셰리 통 하나에서 숙성한 50년을 100병만 내기도 했다. 하이랜드 디스틸러스 시절에 채운 통이 새 주인 손에서 병에 담긴 셈이다.
셰리 통만 쓰는 증류소
지금 탐듀는 모든 위스키를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만 숙성한다. 통은 모두 스페인 헤레스에서 셰리로 길들여 가져온다. 색소는 넣지 않는다. 유럽 오크 통은 짙은 호박색을, 미국 오크 통은 밝은 금색을 낸다고 한다.
증류소를 이끄는 사람은 샌디 매킨타이어 (Sandy McIntyre)다. 위스키 일을 하기 전에는 환경 화학자였다. 탐듀에서 일하는 사람은 18명 남짓이고 그중 절반 정도가 증류소 땅에 산다고 한다. 그는 셰리로 길들이는 동안 오크통 하나가 올로로소를 35리터 가까이 빨아들인다고 설명한다. 그 셰리가 탐듀의 맛과 색을 만든다는 것이다. 18년을 내놓을 때는 탐듀가 셰리 숙성 위스키를 가장 잘 만드는 곳이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블렌디드 속에 숨어 있던 원액이 100년 넘게 지나 자기 이름을 달고 나온 셈이다. 그 이름 앞에는 지금도 옛 역 표지판이 서 있다.
** 모든 술은 직접 조사하고 마셔 본 뒤 개인적인 생각으로 쓴 글이며, 해당 술의 일반적인 평가는 아닙니다. 술의 향이나 맛은 시기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참고: Wikipedia, Tamdhu distillery, Wikipedia, Knockando railway station, Scotchwhisky.com, Tamdhu, Scotchwhisky.com, Tamdhu 12 to replace core 10 Year Old, The Drinks Business, Ian Macleod Distillers snaps up Tamdhu, Whisky Magazine, Tamdhu unveils 18 Years Old, Square Mile, Sandy McIntyre, The Whiskey Wash, Tamdhu Speyside Festival 2026 releases